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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단상

by 열린문 posted Jun 27, 2015 Lik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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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단상] - 총신대 신대원 김희석교수


1. 미국이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이제 우리에게로 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미국 기독교는, 이 문제에 대해 분연히 반대했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왜일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2. 아무리 생각해봐도, 교회의 시각과 일반 사회의 시각 차이가 너무 크다. 교회는 이것이 죄냐 아니냐를 따지는데, 일반 사회는 소수자의 인권 문제로 여긴다. 관점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topic"의 차이다. 다루는 주제가 다른 것이다. 무슨 책 제목처럼, 화성에서 온 사람과 금성에서 온 사람이 대화하는 것과 같다.


3. 따라서, 기독교의 주장이 잘 먹히지 않는다.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죄다!!!"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일반 사회에는 그런 기독교의 주장을 "소수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입장"으로만 받아들인다. 그들이 주장하는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라는 말은, "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니, 그들을 향해 교회가 아무리 "이것은 죄다!!!"라고 외쳐봐야,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된다.


4. 반대로, "저런 행동은 죄다"라고 크게 외치면, 외침이 큰 만큼, 오히려 동성애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일반 사회는 기독교회의 그런 외침을 "교회는 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곳이구나"라고만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5. 그러니, 이런 대화의 방식을 통해서는, 즉 동성애가 죄라고 열심히 외치는 것으로는, 동성결혼의 법제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나는 열심히 반대했다" "나는 말씀의 기준을 지키자고 주장했다"라는 자기 만족은 남겠으나,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얻기 어렵게 된다.


6. 결국,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이 싸움은, 교회가 어떻게하든 불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더욱이, 한국기독교는, 미국기독교보다, 일반 사회인들로부터 훨씬 더 신뢰를 못받고 있다. 우리의 상황은 훨씬 더 나쁜 것이다. 한국사회의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동성애 이슈가 이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일뿐, 시간이 얼마 흐르면, 곧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되고 토론될 가능성이 높다.


7.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동성애에 대한 논쟁과 토론, 기독교의 입장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일들은 해나가야 할 것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8. 첫째, 기독교가 소수자의 인권에 반응하는 종교인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데, 교회가 제일 못하게 이 부분이다. 그래서 큰 일이다. 작은 자, 힘없는 자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른이 중요한 만큼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고,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이웃, 노동자들, 즉 사회적 약자인 "을" 편에 서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교회는 권력을 좋아하고 큰 것을 좋아하고, "갑"을 더 좋아할 때가 많다. 힘없는 자들은 잘 돌아보지 않는 잘못된 습관이 많다. 이것을 깨뜨리지 못하면, 동성애와의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9. 다시 말해, 기독교회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명확하게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소수자 인권 문제가 아닌, 뭔가 다른 측면이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10. 둘째, 교회는 동성애의 결혼을 반대하는데 힘쓰는 만큼, 성경이 말하는 이성애의 결혼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교회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혼전순결을 지키지도 않고, 불륜도 저지르고, 이혼은 쉽게 하고, 교회 지도자들은 성추행 기사를 쏟아내는데 처벌은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이성결혼, 부부사이의 성의 아름다움을 지켜내지도 못하면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교리상 맞기는 하나, 실제적인 설득력은 전혀 없다. 성추행을 저지른 목회자가 주일 강단에 올라가서 "동성애는 성적 범죄다"라고 말하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우리네 모습이 바로 이렇다는 점을 뼈아프게 기억해야 한다.


11.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동성애를 막을 수 있을지,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하자. 시험공부 하나도 안 하고 "주님은 아십니다"라고 답안지에 썼더니 교수가 "주님은 100점, 나는 0점"이라고 점수를 줬다는 우스개소리처럼, "주님이 막아주실 것입니다"라고 외치기만 하고 실제로 어떻게 동성애를 정말 막을 수 있을지 준비는 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12. 결국, 동성애 반대 이슈는, 한국교회가 일반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을 상실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의 민낯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거룩하고 순결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할 때라야, 우리는 동성애 문제를 지켜낼 실제적 영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진짜 전쟁은, 동성애 찬성론자들과의 전쟁이 아닌, 우리 자신과의 전쟁이다.